|
 |
|
| ▲ 금융노조 |
35개의 깃발 위에 손바닥 도장이 찍혔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 산하 34개 지부 위원장들은 자신이 대표하는 노조가 호명되자 무대 가운데 벽면으로 걸어갔다. 벽면에는 "9·23 총파업"이라는 글귀와 함께 나부끼는 노조 깃발을 표현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위원장들은 자신의 손을 붉은색 물감으로 물들였다. 흰색 노조 깃발 위에 선명한 손도장을 남겼다. 손도장엔 사용자단체를 탈퇴한 은행장들과 개별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조합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성과연봉제를 막아 내겠다는 결심도 눌러 새겼다.
"고용유연화·노동개악 핵심은 성과연봉제"
노조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화곡동 KBS스포츠월드에서 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지부 대의원들은 전국 영업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다. 노조가 23일로 예고한 총파업 현장으로 조합원들을 이끌어 낼 실무간부들이다.
전국 6천여명의 대의원 중 5천여명이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 대회장이 좁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지부 대의원을 비롯한 각 지부 대의원들은 지역본부에 따로 모여 인터넷으로 대회를 보며 뜻을 함께했다. 성낙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과 서성학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자체 출정식에서 총파업을 결의하며 삭발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올해 초 박병원 경총 회장이 성과연봉제만 도입되면 정년도 임금피크제도 필요 없다고 했는데, 성과연봉제가 고용유연화와 노동개악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며 “성과연봉제 저지는 10만 금융노동자와 한국의 노동운동, 노조 자체를 지키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4~5만 규모의 파업으론 진다”며 “9만 이상이 집결하는 총파업으로 금융노동자와 우리 가족의 미래를 지켜 내자”고 강조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금융노동자들은 2000년 총파업과 2014년 총파업 등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 총파업도 박근혜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강력한 투쟁이 될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금융노조의 투쟁이 해고연봉제 저지로 완수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품앗이 투쟁' 약속에 환호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는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조상수)는 각각의 파업 시너지를 높이는 이른바 ‘품앗이 투쟁’을 약속해 큰 박수를 받았다. 조상수 위원장은 금융노조 파업 당일 온라인 투쟁을 예고했다.
“역사적인 공공·금융 총파업을 향해 두 노조가 쌍두마차로 달리고 있습니다. 23일 파업 당일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금융노조 파업 기사에 응원의 댓글을 달고, 좋은 기사를 퍼다 나르겠습니다. 여러분도 공공운수노조 파업 때 그렇게 해 주실 거죠?”
대의원들은 동시에 “투쟁”이라고 답했다. 대의원들은 이날 “각 지부는 전체 조합원의 90% 이상, 현재 근무 중인 전원을 총파업 장소에 집결한다”는 투쟁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런 다음 나기상 노조 교육문화홍보본부장이 ‘대의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설명했다. 그는 성과주의 폐단을 드러낸 언론 보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운을 뗐다. 대회 전날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직원들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 200만개의 유령계좌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40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 본부장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발견하면 채증 후 지부나 노조에 신고하고, 지부가 총파업 독려를 해태할 경우 이를 노조에 신고하라”며 “파업에 미온적인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노조 깃발에 대표자들의 손도장을 찍는 상징의식으로 마무리됐다.
노조 관계자는 “정권과 사측이 노조의 투쟁을 깎아내리고 싶겠지만 총파업 당일이 되면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